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유니트 케어 (다인실 문제, 비용 현실, 돌봄 양극화)

jiminflying1 2026. 8. 31. 21:36

목차


    출처 - 더지극정성요양원

    요양원 다인실에서 리모컨 하나 때문에 싸움이 나는 걸 직접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 든 생각이 "이 분들도 집에 있었으면 그냥 채널 바꾸고 끝났을 텐데"였습니다. 유니트 케어(Unit Care)는 바로 그 문제에서 출발한 개념입니다. 소규모 단위로 어르신들을 나누고, 개인실에서 생활하며 자기 삶의 리듬을 유지하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좋은 취지인 건 분명한데,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다인실에서 제가 직접 본 것들

    일반 요양원에서도 근무해 봤고, 요양병원에서도 일해봤습니다. 두 곳 모두 4인실이 기본이었고, 2인실은 상급 병실 개념으로 따로 비용을 냈습니다. 라운딩을 돌면서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저 사람 때문에 잠을 못 잤어요"였습니다.

    같은 방 어르신끼리 정이 들어서 냉장고 반찬을 나눠 드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자식이 사다 준 과자를 달라는 옆 어르신 때문에 불편해하는 분도 있었고, 기저귀 교체 때 나는 냄새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치매가 심하게 진행된 어르신이 밤새 소리를 지르면 같은 방 어르신 전체가 수면을 빼앗기는 일도 반복됐습니다.

    제가 특히 기억하는 어르신이 한 분 계십니다. 1인실에 계실 때는 낮에 복도에 나오셔서 노래도 부르고, 복지사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셨습니다. 그런데 다인실로 이동하고 나서 표정이 확 달라졌습니다. 스스로 목욕도 하실 수 있는 분이었는데, 거동이 어려운 다른 어르신과 한 방을 쓰면서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공간이 달라지니까 사람이 달라진다는 걸 그때 실감했습니다.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저서 <돌봄의 사회학>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소개됩니다. 건축가 도야마 다다시가 특별양호노인홈에서 다인실 고령자의 행동을 기록했더니, 대부분이 서로 등을 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철저히 단절된 상태, 저도 현장에서 비슷한 장면을 여러 번 봤습니다(출처: 한겨레 초고령사회의 질문들).


    • 수면 방해: 치매 어르신의 야간 발성, 코골이 등으로 동실 어르신 수면 질 저하
    • 프라이버시 침해: 기저귀 교체·목욕 보조 등 신체 돌봄 시 타인 노출
    • 일상적 갈등: TV 채널 다툼, 냉장고 공유, 소음 문제 등 소소한 마찰 반복
    • 심리적 위축: 자립도가 높은 어르신이 의존도 높은 동실 어르신과 지내며 사기 저하
    요약: 다인실 요양 환경은 단순한 공간 문제가 아니라 어르신의 심리·수면·자존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유니트 케어가 뭐가 다른가, 숫자로 보면

    유니트 케어란 기존의 시설 전체 단위 집단 돌봄 방식에서 벗어나, 9명 이하의 소규모 그룹(유니트)을 구성하고 개인실 중심으로 생활하며 전담 요양보호사가 밀착 돌봄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요양원 안에 작은 가정을 만든다'는 개념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보면, 1인당 침실 면적이 기존 6.6㎡에서 10.65㎡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공동거실도 1인당 2㎡ 이상 확보해야 합니다. 유니트당 정원은 최대 9명이고, 해당 유니트에서만 근무하는 전임 요양보호사를 배치해야 합니다. 일반 요양원처럼 시설 전체를 순환 근무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경기도 고양시 더지극정성요양원의 경우, 개인실 크기가 13~23㎡(4~7평) 수준이고 방마다 TV, 서랍장, 냉장고, 개인 화장실이 갖춰져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건 방마다 걸린 개인 정보 게시판입니다. 해당 어르신이 좋아하는 반찬, 수면 습관, 청력 상태, 기능회복 훈련 항목까지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담당 요양보호사가 교체되더라도 즉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게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표준화된 개별 돌봄 시스템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장기요양실태조사(2022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요양시설 이용자의 56.2%가 4인실을 사용합니다. 1인실 비율은 3.8%에 불과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요양시설 입소 기간이 2년 이상인 비중이 61%, 5년 이상도 21%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 공간이 단순한 '임시 거처'가 아니라는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공간이 여전히 병원 복도형 4인실 구조라는 현실은 개인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일본은 2002년부터 신규 개호노인복지시설에 유니트를 의무화했고, 2015년 기준 전체의 40.5%가 유니트 시설로 전환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는데, 2025년 2월 기준 참여 기관이 7곳에 그치고 있습니다.

    요약: 유니트 케어는 소규모 전담 돌봄과 개인실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구조적 전환이며, 한국은 이제 막 시작 단계입니다.

     

    비용 현실과 돌봄 양극화, 그리고 제 생각

    취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더지극정성요양원의 본인부담금이 월 260만~320만 원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반 요양원 3~4인실 기준 월 100만 원 안팎과 비교하면 2.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장기요양보험 시설급여는 전체 비용의 80%를 보장하지만, 1~2인실 상급 침실 이용료는 비급여 항목입니다. 비급여란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입소자가 전액 부담하는 항목을 뜻합니다. 상급 침실 이용료 수준은 요양기관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어서, 시설마다 편차가 큽니다. 결국 돈이 있는 사람만 좋은 환경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일본 도쿄의 유니트 요양시설 '쓰루마키의 집'은 입소자 월 평균 부담이 약 145만~155만 원 수준입니다. 일본 노인이 받는 후생연금 평균 수급액과 비슷하게 맞춰진 것인데, 이 구조가 가능하려면 정부 지원이 탄탄하게 받쳐줘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또 다른 의문은 인력 문제입니다. 유니트마다 경력 3년 이상 리더급 요양보호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경력직으로만 인력을 구성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요양보호사 수급 자체가 이미 어려운 상황에서, 전임 배치 요건까지 더해지면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범사업 참여 기관이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요양원 건물을 유니트화하는 것보다, 도시 내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아파트를 활용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원 9명이라는 기준을 층 단위로 적용하고, 각 층에 2교대 요양보호사를 배치하면 공간 증축 비용 없이도 생활환경 분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아직 검증된 방식은 아니지만, 기존 틀만 고집하면 확산 속도가 너무 느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요양보호사 처우입니다. 제 경험상 이 직종의 이직률은 굉장히 높습니다. 공무원에 준하는 고용 안정성과 연금 혜택을 제공한다면, 청년층 유입도 가능하고 장기근속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과정이 공무원 시험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 설계에 따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물론 기존 공무원 사회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돌봄 인력 공백을 방치하는 비용이 더 크다는 건 수치로도 충분히 증명 가능합니다.

    요약: 유니트 케어 비용 구조와 인력 기준 현실화 없이는 취지 좋은 제도가 고소득층만의 선택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니트 케어 요양원은 일반 요양원이랑 입소 절차가 다른가요?

    A. 장기요양등급 인정을 받아야 입소할 수 있다는 기본 절차는 동일합니다. 다만 유니트 케어 시범사업 참여 기관이 현재 전국 7곳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하는 시설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시설별로 대기자 명단이 있으므로 사전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유니트 케어 비용이 일반 요양원보다 얼마나 더 드나요?

    A. 일반 요양원 3~4인실 기준 본인부담금이 월 100만원 안팎인 반면, 유니트 케어 시설은 상급 침실 이용료가 비급여로 추가되어 월 260만~320만원에 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상급 침실 이용료는 시설이 자체적으로 정하므로 기관마다 차이가 있고, 현재는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Q. 기존 요양원도 개인실로 바꿀 수 있나요?

    A. 구조 변경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건축 증축과 리모델링 비용이 상당합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시범사업 참여 기관을 50곳으로 늘린다는 방침만 있을 뿐, 기존 시설 개보수에 대한 구체적 지원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공실 아파트 활용 등 대안적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Q. 치매 어르신도 유니트 케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나요?

    A. 장기요양등급이 인정된 치매 어르신도 입소 대상이 됩니다. 오히려 유니트 케어의 소규모 전담 돌봄 방식이 치매 어르신에게는 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개인실에서 익숙한 물건과 생활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인지 저하 속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결론

    유니트 케어가 지향하는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요양원에서 2년, 5년씩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집 같은 환경을 만들어드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기준이어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봐온 다인실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 변화는 늦었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그런데 시범사업 참여 기관이 7곳에 불과하고, 본인부담금이 월 260만원을 넘는 현실은 이 제도가 아직 '부유층의 선택지'에 머물러 있다는 신호입니다. 돌봄 양극화를 막으려면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시설 개보수 지원,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유니트 케어를 보편적 기준으로 만들 것인지 아닌지는 결국 사회가 얼마를 쓸 용의가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지금이 그 논의를 시작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86125.html